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알아보기

by sroom 2023. 1. 31.

 

 

 

이 시집을 펼치면 그의 정신적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정지용의 서문이 있습니다. 윤동주가 죽고 광복이 된 후, 이 시의 발행을 돕고자 시집의 서문을 썼다고 합니다. 정지용은 윤동주를 두고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렇기에 서정시에 우수하고, 뼈가 강한 것이라 말합니다. 또, 그렇기에 살을 내던지고 뼈를 차지한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윤동주가 시도 발표해본적 없이 고독 속에서 29살의 젊은 나이로 죽었음을 탄식하죠. 그가 죽지 않았다면 다시 자신의 길로 매진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서문을 마칩니다.

시는 가장 먼저 ‘서시’의 내용이 나온다. 윤동주의 다짐이 드러납니다. 그는 작은 일에도 괴로워하였으나,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고자 합니다.  다음 시는 ‘자화상’입니다. 한 사내가 우물 안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 속에는 한 사내의 얼굴과 달과 구름과 하늘과 바람, 가을의 풍경이 보입니다. 한 사내가 왠지 밉게 느껴져 우물에서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러다 문득 그 우물 속 사내가 가엾게 느껴져 다시 우물로 돌아갑니다. 들여다보니 그대로 사내가 있습니다. 다시 미워져 우물에서 발걸음을 돌리자 그 사내가 또 그리워집니다. 그렇게 우물 속에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다고 말하면서 시가 끝납니다. 우물에 비친 사내 모습이 ‘자화상’인 것입니다. 우물 속 비친 사내를 미워하는 동시에 사랑하며 추억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전반부에는 이와 같이 '서시', '자화상'과  같은 비교적 주제의식이 드러나는 시들이 등장하는 반면, 뒤편에는 주제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시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특히 ‘편지’ 가 그런 시입니다.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누나 간 나라에 눈이 오지 않으니 흰 봉투에 눈 한줌 넣고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대로 부칠까 묻는 화자의 순수함을 그려냈습니다. 귀뚜라미와 나와’ 라는 시 역시 귀뚜라미와 화자 '나'가 대화하는 모습을 통해 순수함이 드러내는 시입니다.  ‘무얼 먹고 사나’에서는 바닷가 사람 물고기 먹고, 산골사람은 감자 먹는데 별나라 사람은 무얼 먹고 사나. 하는 내용입니다. 그의 가족들은 그가 법대나 의대에 진학하길 바랬으며, 문학과에 진학하려고 한 것에 반대했었습니다. ‘밤’ 이라는 시는 당나귀 울음 소리로 시작되는 한밤중 가정집의 풍경을 묘사한 시입니다. 깊은 밤 어두운 가운데, 당나귀 소리로 애가 깨고, 등잔에 불을 켜 당나귀에게 짚을 주고, 애기에게 젖을 먹이고서야 ‘밤은 다시 고요히 잠드오’로 끝나는 시입니다. 당나귀 소리가 밤을 깨우기는 하지만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다시 밤이 잠드는, 고요한 정취가 느껴지는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집의 후반부에는 '달을 쏘다'와 같은 산문들도 몇 가지 담겨져 있습니다.

끝부분에는 친구 강처중의 발문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윤동주는 말주변도 사귐성도 없지만 친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바쁘더라도 친구들이 그를 찾으면 웃으며 반겨주고, 어느 때이든 어느 곳이든 친구들이 가자 하면 선뜻 따라 나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말이 없었고, 침울한 얼굴을 했다고 합니다. 돈이 없으면 돈을 찾는 친구들에게 외투든 시계든 내주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만큼은 친구들이 고쳐보라하여도 응해주질 않았다고 합니다. 조용히, 시간을 들여 시를 온전히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한 여성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그 여성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숨겼다고 합니다. 홀로 사랑을 간직한 채로 말합니다.  

그런 그가 시집도 한권 못내보고, 광복도 보지 못하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독립운동의 죄목으로 29살의 나이로 죽었습니다. 이 시집은 1941년에 출판될 예정이었으나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상황과 주변의 만류로 출판하지 못했었습니다. 결국 그는 무명의 시인으로 죽었으나, 다행히 육필 원고가 친구 정병욱에게 한 부 남아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시집은 그의 친구들에 의해 1948년 출판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