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험론 데이비드 흄(1711~1776)
데이비드 흄은 스코트랜드 출신의 영국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문필가이다.
근대 경험론의 창시자이면서 완성자라고도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는 인간본성에 대해 탐구했으며, 형이상학 같은 추상적이며 난해한 학문을 부정한 인물이다.
책의 부제목처럼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했다.
서양철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철학자 칸트 역시도 데이비드 흄을 받아들이며
그의 책을 읽고 '독단의 선잠에서 깨어났다'라고 평할만큼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흄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이 '이성'보다는 '감정'을 중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흄에 따르면 우리는 이성보다 감정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사실에 더 잘대처하는 법을 배운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흄의 철학은 설득력있는 관찰과 경험에 바탕을 둔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살면서 제대로 알아야하는 것은 이성이 아닌 감정이다.
우리는 평소 자기마음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실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흄은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먹든지 이성은 정념의 노예일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의지가 비교적 덜 반영된 분석이나 논리보다 감정을 통해 동기를 부여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확고한 신념이 그 사실 여부를 합리적으로 따져 본다고 해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품성이 훌륭한지 어떤지, 여가엔 뭘 할지,
성공의 요건은 무엇인지, 누굴 사귈지 판단하거나 결정할 때,
사실 우리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다름 아닌 감정이다.
이성은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지만,
감정의 생생함은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흄은이성의 시대라고 불리는 때에 살았다.
많은 이들은 인간에게 내린 축복이 합리성에 있다고 주장하던 때이다.
하지만 흄에겐 인간도 그저 동물의 일종에 불과하다.
흄은 우리의 이성적 사고가 신념으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대부분 신념에서 시작된다는 기이한 사실에 깊이 주목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이 유쾌하거나 불쾌하다고 생각되면,
단지 이를 근거로 그 대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다만 이성은 처음에 취한 태도를 더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흄은 모든 감정이 무차별하게 허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는 정념을 다스리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그가 자신한 이유이다.
사람들은 더 너그러워지고, 더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또한 더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워야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가르치려면 이성보다 감정에 치중하는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당신이 누군가의 신념을 바꾸려고 들때,
흔히 다른이들이 하듯 논리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사실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때도 있다.
흄은 다른 전략을 제안한다.
공감, 위로, 적절 예시, 격려, 그가 예술이라고 부른 것들을 등을 통해 감정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오직 그런 뒤에만, 웬만큼 마음이 기운 사람들을 사실과 논리에 근거해 설득하려 시도해야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파토스(Pathos): 청중 설득을 위해 사용하는 정서적 호소와 유사하다.)
2. 흄은 종교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신에 대한 믿음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신적인 어떠한 것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만큼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논증이란 있을 수 없다
신에 대한 흄의 관점은 '신은 존재할지 모르지만 나는 확신할 수 없다라는 온건한 불가지론과
신은 존재하지만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온건한 유신론 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승에서 자신을 믿지 않은 사람들을 벌하려는 신 따위 이야기는
끔찍한 미신쯤으로 여겼다.
흄의 생각에 따르면 종교적 신념은 이성에 의한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에 근거해 종교적 신념을 지지하거나 반박하는 식으로는 사안의 핵심에 다가갈 수 없다.
누군가 종교적 확신이나 불신으로 이끌려고 치밀한 논증을 들이미는 것은
흄에겐 바보같은 짓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가 '종교적 관용'을 앞장서 사수한 이유도 이와 같다.
종교에 관해 우리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추리의 오류를 저지른 합리적인 자들이 아니다.
차라리 우리는 그들을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열정적 피조물로 생각하고 간섭하지 말아야한다.
흄은 종교에 관해 합리적 논증을 펼치려는 시도를 무지와 오만의 극치로 여겼다.
3. 자아는 고정 불변하지 않는다.
진지하게 의심하는데 몰두한 회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흄이 의심한 것들 가운데 하나는 '자기 동일성'이라는 개념이다.
이 철학 용어는 우리가 자기자신을 누군지 알 수 있고,
평생 일관된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흄운 그런 고정불변하는 자아 개념의 기만성을 폭로했다.
"내가 나 자신이라고 부르는 것에 내밀히 집중할 때, 나는 늘 그 어떤 특정한 것을 지각한다
따뜻함 혹은 차가움, 빛 혹은 그림자, 사랑 혹은 증오, 고통 혹은 즐거움.
어느 때고 '나'는 결코 지각하는 것을 멈출 수 없으며 지각하지 않고선 어떤 것도
관찰할 수 없다." 흄의 결론은 우리가 간단히 정의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보거나 오해의 소지가 큰 '나'라는 낱말을 무심코 사용할때,
이성이 우리에게 바로 그게 우리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말해주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말이다.
우리는 '다양한 지각의 다발 혹은 뭉치에 지나지 않으며,
이것들은 서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빨리 사슬처럼 이어져 끊임없이 지속하는 흐름과 운동 상태에 놓인다'
하지만 흄은 그의 회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상식적 신념을 대부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했다.
왜냐하면 바로 그것들 덕분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사에 합리적 태도로 일관하려는 것은 특별한 종류의 광기라 보았다.
흄은 데카르트를 은근히 비꼬고 있다.
그는 흄이 태어나기 60년 전에 죽었지만,
그의 지적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했으며 현재까지도 철학사에 중요한 인물이다.
데카르트는 조금도 합리적이지 못한 정신의 결실은 남김없이 내쳐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흄은 우리가 믿는 어떤 것도 엄밀히 말하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대부분의 신념은 현실에서 효력을 지닌다는 이유만으로도 정당하다고 과감히 주장한다.
즉, 그것들은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해내가는데 유용하고 유익하다.
신념에 대한 평가는 진리가 아닌, 효용, 유용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논리적 난제에 집착하기도 한다.
그것이 어떤 권위를 지녔을지는 몰라도 현실에서는 그리 중요치 않다.
흄은 바로 그런 집착을 바로잡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탁상공론하는 학문에 맞서 상식의 편에선 회의주의 철학자로,
대중적 일상과 지혜의 가치를 옹호했다.
흄은 도덕 철학의 오래된 난제에 골몰해 있었다.
'인간은 어떻게 선해질 수 있는가?'
그에 따르면, 도덕성은 도덕관념을 갖게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여러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을 통해
예절을 익히며 배양되는 것이다.
선해진다는 것은 곧 좋은 감정 '습관'을 들인다는 의미이다.
훔은 재치와 예절, 공감과 같은 자질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다.
왜냐하면 '선'해지는 합리적 방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그런 자질을 갖춤으로써 품위 있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겉으로 합리적인데 몹시 품위없을 수 도 있음은 흄에게 충격이었다.
(이는 데카르트를 앞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복잡한 논증을 이해하거나 사실에 근거해 추론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당신으로 하여금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게 해주거나,
그런 자극에 평정심을 갖고 대처하게 해주지 못한다.
이런 자질들은 모두 우리의 감성 능력에 속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행동을 올바르게 이끌려면
우리는 기존 교육 방법을 반성하고, 그들의 감성을 계발할 수 있어야 한다.
딱딱하고 논리적인 훈계 대신에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너그러움, 온화, 동정, 부끄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한다.
4. '잘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흄은 자기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의 품성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흄은 학구적이었으나 세상 물정에도 밝은 편이었다.
프랑스에서 흄은 '사람 좋은 데이비드'라 불릴만큼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는 인정 많고 다정하고 재치있는 사람이어서
늘 초대하고 싶은 손님 중 하나였다.
그는 어딘가에 은둔하며 고고하게 골몰하며 사는 방식이 아니라,
타인과도 잘 어울려 즐겁게 식사를 하고, 취미를 즐기는 등 그들과의 관계도 돈독히 했다.
그는 철학이 상식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인정해야하는지, 배워야하는지 깨우쳐준 철학자이다.
'철학자가 되라, 단 어디까지나 한 인간으로 남으라.'
이 책과 함께 흄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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